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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삶

내가 살던 곳

  2013년 10월 25일.

  전국역사학대회가 부산대학에서 열려서 오랜만에 부산을 찾았다. 25일 공동주제 발표 때 잠깐 앉아 있다가 빠져나와서 내가 국민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아니 나는 떠났지만 부모님이 살았던 것은 1990년대 초까지였던 듯) 살던 집을 찾았다.

  나이를 먹으니 문득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달까....

 

  해운대역 동북쪽의 구시가지. 다른 곳은 신시가지가 들어서고 마천루가 휘황찬란하지만, 이곳은 30여 년 전과 별로 바뀌지 않았다.

  동네 입구로 가려면 동해남부선 철길을 건너야 한다.

 

 

  부창루라는 중국집. 이름도 위치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주인은 아마 바뀌었겠지?

  부산의 어느 중국집이든 여름이 되면 밀면을 판다. 자장면과 밀면을 가끔 사먹던 곳.

 

 

  부창루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런 모습.

 

  서울 사는 친구들은 부산의 목욕탕이 이렇게 높은 굴뚝을 세운 것을 무척이나 우습게 생각하며 가끔 '기억에 남는 부산 모습'으로 거론하곤 했다.

  내가 이 동네에 살기 시작한 것은 1970년 2월부터가 아닌가 싶다. 당시에는 집도 몇  채 없었고, 내 집 주위도 거의가 밭이었다. 이 목욕탕은 아마 70년대 말에 생긴 듯싶다. 이름은 '만호탕'.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그 이름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사진 왼쪽의 독서실도 70년대 말에 생긴 듯한데, 이름과 간판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대로이고...

 

  조금 걸어들어가면 이런 모습. 트럭 있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꺾으면 이런 모습. 바로 내가 살던 집이다.

  원래는 대문이 여기 있지 않고, 아주 좁은 골목을 들어가야 했는데, 새 주인이 대문을 이곳에 고쳐 달았다. 어차피 이 집 사람들만 쓰는 골목이니...

  집뒤의 담장은 새로 쌓았는지 그대로인지 모르겠지만, 스레트 지붕의 끝에 기둥 4개를 담장과 연결하여 콘크리트 차양을 냈다. 낡은 담장이 그 힘을 견디는 것이 신기... 전기계량기가 붙은 집이 내가 살던 집.

 

 

  주인 없는 집에 들어가질 못하여, 대문 위로 살짝 집안을 찍었다. 오른쪽이 부엌이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창고같은 곳에 원래 재래식 화장실 1칸, 창고 1칸이 있었다. 81년에 수세식 화장실을 오른쪽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새로 지었었다. 아마 새 주인이 재래식 화장실을 없애고 이런 창고를 만든 모양이다.

 

 

  어릴 때는 꽤 넓은 뜰에 나무와 꽃들이 수북히 자라고 있었던 기억인데, 지금 보니 좁다. 아마 대지 전체가 50여 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 주인은 뜰의 나무를 거의 다 베어내고 몇 개만 남겨둔 모양이다. 우리 집이었을 때는 열매가 열리는 감나무에, 신경을 써서 보살피면 먹을 만한 크기의 복숭아가 열리는 나무, 그리고 큰 오동나무도 있었는데.

  그리고 저 수도꼭지는 원래 없던 것인데 새 주인이 새로 달았나보다.

 

  내친 김에 나가 다니던 해운대중학교를 찾아보았다. 집에서 걸어서 가까운 곳.

  내가 다닐 때는 학교에서 동해바다가 다 보였는데, 이제는 빌딩이 워낙 많이 들어서서 바다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운동장은 말쑥하게 꾸며져 있고... 그러나 건물은 내가 다니던 1974년~76년 그대로였다. 색칠만 새로 했을 뿐.

 

 

  3학년 때 전학와서 졸업한 해운대 초등학교. 내가 다닐 때 건물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름만 같을 뿐이다.

 

  해운대 초등학교 입구에 있는 성당. 여전히 옛모습 그대로였다.

  학교 다닐 때는 저 종탑이 참 높아보였다. 학교 대표로 선발되어 방과후에 남아서 미술선생님에게 그림지도를 받을 때, 풍경을 그리면 곧잘 이 성당이 소재가 되었던 기억.

 

  변한 곳은 너무 변하여 길을 찾기 어렵고. 변하지 않은 곳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30년 ~ 40년 전 그대로...

  부산대학 앞에서 해운대로 오는 버스 노선 번호도 100번 그대로. 100-1번이 연산동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새로 추가된 것말고는 꼭같았다. 덕분에 1970년대, 1980년대까지 옛 기억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