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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답사기/풍경,유적

부여 산직리 지석묘와 유인원기공비

  2014년 5월 26일.

  백제사택지적비를 보물로 지정하는 일로 부여박물관에서 회의를 마친 뒤, 혼자 사택지적비의 원래 발견지 근처를 찾아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산직리 고인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일찍부터 한 번 확인하고 싶었던 곳이다.

 

  거의 15년 전쯤이었나. 사진하는 친구가 "부여 근방의 고인돌을 보았더니 박물관의 유인원기공비와 똑 같은 석질을 가진 것이 있더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나보고 한 번 가보라는 말과 함께.

  어렴풋이 기억만 하고 있다가, 마침 부여박물관에 갈 일이 생겨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이곳을 답사한 블로그들이 올린 사진에서, 정말 유인원기공비와 같은 석질이라고 생각되어 직접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행정구역 이름으로는 부여군 초촌면 산직리. 지도를 찾아보면 유명한 부여 송국리 유적 바로 남쪽이다. 차량으로 이동하면 약 1km를 조금 넘는 거리.

  바로 앞에 제법 넓은 주차장을 만들어놓았으나, 내가 가던 날은 농기계 1대만 있을 뿐, 다른 차는 한 대도 없었다. 나 혼자 느긋하게 둘러보고 있었다. 다만 햇살이 좀 따가운 느낌이라 오래 걷기에는 좀 부담스런 날씨.

 

  ▼ 주차장에서 바라본 산직리 고인돌

 

  고인돌은 낮은 구릉 위의 몇 그루 숲 속에 있다. 고인돌이 있는 곳에서는 사방으로 제법 멀리까지 넓은 농경지가 바라다 보인다.

 

 

  모두가 쓰러져 있는 상태라서 탁자식이었는지 바둑판식이었는지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덥개돌 아래에 작은 돌을 괴는 바둑판식이었다고 보는 것이 무난할 듯하다. 다만 그럴 때도 일부 남은 굄돌들이 판석에 가까운 모앙이라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누워 있는 넓적한 바위들 위에는 이렇게 돌을 떼어내려고 한 흔적이 많다. 쐐기를 박으려고 홈을 판 흔적인데, 어느 시대의 시도였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 정도 크기의 덮개돌이라면, 아래에 있는 굄돌이 어디론가 유실되기는 어렵다. 원래 고임돌이 없는 상태였을까? 아니면 원래 고인돌의 덮개돌이었을까? 조금 회의스런 생각도 든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지금 남아 있는 고인돌 모두가 무덤은 아니며, 그 중 일부는 제단(祭壇)의 기능도 했다고 추정하는 것이다. 산직리 고인돌의 경우가 그에 해당할 듯하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이 돌의 석질이다. 넓적하고 거대한 돌의 옆면을 보면 이렇다. 편마암 계열이다.

 

▲ 산직리 고인돌의 석질1

 

  일찍이 내게 "유인원기공비와 같은 석질의 고인돌"이라고 일러준 친구도 이 무늬에 주목했던 듯하다. 얼핏 보기에도 유인원기공비와 같은 석재로 보인다.

  그러면 유인원기공비를 보자.

 

    ▼ 부여박물관 뜰에 있는 유인원기공비

 

  ▼ 유인원기공비의 석질

 

  문화재청 설명문에는 유인원기공비를 <담() 석>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이 판단했을테니 아마도 맞는 이야기일까...?

  나야 암석 전문가가 아니니.... 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산직리 고인돌의 다른 부분을 보자.

 

  아래는 산직리 고인돌의 부서진 부분이다. 이런 구조를 가진 편성암을 편마암으로 분류하는 것은 알겠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화강편마암, 구상편마암, 호상편마암 등으로 나누는 것같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보면 호상편마암에 가깝다는 생각인데... 이것과 유인원기공비를 같은 암석으로 볼 수 있을까?

▲ 산직리 고인돌의 석질2

 

  쉽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얼핏 유인원기공비와 아주 비슷한 듯한데, 나중에 전문가에게 물어보아야 할 듯.

 

  또, 만약 산직리 고인돌 부근의 석재와 유인원기공비가 같은 암석이라 해도. 이를 근거로 당나라 군대가 사비성을 점령한 뒤에 산직리 고인돌에서 채석하여 유인원기공비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여기서 부소산 아래까지는 먼 거리는 아니다. 그만한 돌을 옮기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먼저 산지리 고인돌의 석재들이 원래 이 구릉 위에 있던 것들인지, 아니면 좀 떨어진 다른 곳에서 채석해온 것을 옮겨서 조성한 것인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산직리 고인돌과 유인원기공비 모두가 제3의 장소에서 채석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이중삼중의 판단이 필요한 셈.

 

  어쨌든 오래 전부터 한 번 확인하고 싶었던 것을 직접 답사하여 확인한 것이 보람.

  최근에 서버용으로 구입한 미러리스 카메라 A6000을 처음 가져가서 찍었는데. 아직 여러 기능에 익숙치 않을 때라서 그늘진 곳을 HDR로 설정하여 찍지도 못하고... 사진이 영~ 별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