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1일.
영화 '변호인'을 보러 갔다. 며칠 째 계속된 잠 부족과 피로에 지쳐서 오늘 늦잠을 좀 충분히 잔 터라.... 아내와 함께 심야를 택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다만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서 최근 며칠간 관객수가 기록을 올린다길래 우리도 일부 보태주려는 마음도 있었고.
더욱 중요한 것은, 식구들이 영화관이 함께 간 지가 거의 6~7년 가까이 되었기에... 오랜만에 의기투합하여 순식간에 결정한 것.
15세 이상가여서 어차피 함께 못갈 것이지만, 딸아이는 "둘이 갔다 와~"로 쿨하게 반응.
▲ 영화 포스트. 내 블로그에 긁어왔다고 설마 저작권시비는 걸지 않겠지?
그래도 영화 본 사람인데 ㅎㅎ
드나드는 웹클럽의 젊은 친구들은 '감동'이라든가 '눈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간혹 보았지만.
솔직히 나는 그다지 감동이라고 할 것까지야 없다는 느낌. 아내도 마찬가지.
나이를 먹어서 그럴 것이고, 또 허구로 만든 영화가 모델로 삼은 <실제>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송강호의 연기가 워낙 좋으니... 그로 인해 각본에 비해 좀 나은 영화처럼 볼 수 있었다는 느낌도 있었고. 그러나 내 개인 생각으로는 가장 잘 연기한 것은 차동영으로 캐스팅된 곽도원이었다. 곽도원은 적절한 배역만 잘 맡으면 훌륭한 연기를 할 배우로 생각된다.
곽도원이 송강호에게 한 말이 가장 리얼하게 다가왔다. 그 시대에도 그런 확신에 찬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확신에 찬 무리들이 이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무리들에 동조하는 대중이 압도적이다.
이것은 냉정한 현실이다.
20대, 30대의 젊은 사람들은 나와 다른 느낌을 가질 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지막 장면이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느낀 것은 그 시절을 겪은 50대의 것이고, 또 사람마다 느낌은 다른 것이니...
어쨌든 이 영화가 흥행에도 성공하기를 기대하며...
이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부림사건의 실제 피해자가 [시사in]에 보내온 편지가 있단다.
< 영화 변호인의 실제 피해자가 고 노무현 대통령께 보내온 편지> (고재열의 독설닷컴)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현실을 사회적 현상으로 보면서, 극우세력의 엄청난 파워를 직면하고서 그 이유를 해명해야 더 참담한 비극을 줄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 영화 극작가의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빨갱이 조작사건'을 암시하면서 차동영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식의 처리는, 뒤에 나오는 사건들이 기획되고 조작되었음을 알려주는 복선이라 할 수 있는데....
실은 -내 관점에서는- 이런 조작사건은 중앙에서 치밀하게 기획된 것은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누구나 그런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것. 김근태 고문으로 유명했던 이근안도 그랬다. 그런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이런 일들은 일상사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몇 명 잡아넣고 조지고(!) 그러면서 빨갱이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그들은 스스로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빨갱이들을 쳐넣은 것"이라고... 위에 링크한 고재열닷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고영주라는 자를 보라.
이런 식의 생각들이, 지금은 무지한 대중들의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미 '한국식 문화혁명기'에 한 발짝 들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를 갖는다.
내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들이 지난 5년을 무대뽀로 밀어부쳐서 안되는 일도 별로 없더라... 하고 느끼고서는, 그보다 더하게 밀어부치고 있는데. 이게 몇 년이나 갈까? 폭발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아닌가? 조만간 눌러놓은 것들이 일시에 터져 나올 것."이라고.
나는 또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1~2년 안에 폭발할지, 아니면 수많은 희생를 거친 뒤에 10여 년 뒤에 폭발할지는 모르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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