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5일(일).
어디 한 군데, 홀가분하니 들르려 해도 늘 사정이 썩 여의치 않다. 어렵사니, 저녁 일정까지를 마치고,
24일 밤에 충북 보은을 향해 출발. 25일 1시에 숙소에 닿았다.
300D를 쓸 무렵에 혼자 와보고, 5D를 산 뒤로는 한 번도 오질 못했으니 2년이 좀 넘었나?
일기예보상으로는 일요일 오전까지는 맑은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정작 느즈막이 눈을 뜨니, 5m 앞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에라~이 ! 잠이나 더 자자 싶어서 두어 시간 더 자고 일어나니 오전 11시.
눈을 부비고 씻고... 아침도 생략하고서니 차를 몰고 삼년산성으로 향했다. 12시쯤 도착.
그러나 이때까지도 10m 앞이 안보일 정도로 자욱히 낀 안개는 개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싶어서 삼각대까지 들고서 성을 돌아보기 시작하다.
조금씩 안개가 가시는 느낌이 든다.
▲ 동남쪽 안쪽 성벽 : 자욱하게 낀 안개가 조금씩 개일 기미를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사진을 하는 친구와 막 친분을 쌓기 시작했을 때, 함께 이곳을 오르면서, 위의 사진 오른쪽에 나오는 계단 쯤에서 캔 커피 하나를 데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 때는 계단도 없었고, 그냥 성벽 안쪽 회곽도를 따라 비탈길만 나 있는 상태였다. 당시 삼각대를 안가져왔던 까닭에, 그 친구는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으려고 머리 만한 돌을 몇 개 포개놓고 카메라를 얹어서 셔터를 눌렀다. - 그때는 "거 참 별나게도 찍네" 생각했는데, 조금이라도 덜 흔들린 사진에 대한 욕심이 내게 생긴 것은 한참 뒤였다.
어쨌든 이렇게 자욱한 안개 때문에, 사진을 거의 포기하면서 서문으로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는데, 4시 방향을 지나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아래 사진과 같은 성벽이 눈 앞에 드러난다.
▲동쪽 성벽 : 성안에 가득찬 안개가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
내가 안들런 지 2년 좀 넘는 사이에, 이 산성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잘 남아 있는 동쪽 성벽(위 사진)의 많은 구간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천년이 넘도록 잘 버티다가도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참고로 2005년 5월 3일에 찍은 사진을 다시 보자. 남아 있는 구간의 거의 절반 가량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이제는 이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단 말이지.
나는 내가 성벽 잔존구간을 제대로 못찾고 있는 줄 알고서 괜히 이리저리 성벽 안쪽을 왔다갔다 했다. 바로 요 위의 사진과 같은 각도에서 광각렌즈로 한 장 찍어보려고...
어쨌든 아쉬움을 뒤로 하고...
위 사진을 찍은 곳을 약간 더 지나니, 성벽 안쪽에서 정말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사진을 제대로 못찍는 실력이 아쉬울 뿐.
▲ 오른 쪽이 성 안쪽이다
위의 사진을 찍은 곳을 조금 더 지나서, 동북쪽 성벽으로 가까이 가면서 성 안쪽을 찍었다. 성 안에 가득한 안개가 물러가면서, 성 밖으로 흘러가는 모습. 사진 실력이 제대로 갖춰졌다면 아주 환상적인 빛의 향연을 보여주었을텐데... 아쉽다. 역시 내공이 부족하다.
▲ 동북쪽 성벽 안의 회곽도
2007년 11월 싸이 블로그의 글을 옮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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