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5일 둘러본 석탑들.
4일에 서울을 떠나서 영양읍내에서 하루를 묵었다. 영양은 모전석탑 여러 개가 있는 곳이라, 언제부터 한 번 가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몸이 움직여주질 못했다. 그러나 눈 딱 감고 서울을 벗어나서 차를 몰았다.
영양은 처음 가는 길이었다. 경상북도 청송과 함께 아주 산골짜기에 있는 고을이라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짐작하고 야간운전을 하여 도착. 짐작대로 군청 앞에도 내가 묵은 모텔이 제일 큰 빌딩으로 생각될 만큼 조그만 마을이었다.
대략 지도를 체크하고, 숙소에서 가장 먼 곳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화천동삼층석탑은 이중기단 아래에는 동물들, 위에는 팔부(八部神衆)이 새겨져 있다. 이렇게 기단에 팔부신중을 새겨는 것은 통일신라 8~9세기 무렵에 유행한다. 그리고 1층 몸돌에는 사방불을 새기거나 사천왕을 새기는 경우가 많다.
화천동삼층석탑의 1층 몸돌에는 사천왕을 새겼다.
▼ 남쪽에서 바라본 화천동삼층석탑
▼ 동북쪽에서 바라본 모습.
▼ 11시 무렵이라서 동쪽의 조각들이 더욱 선명하다. 돋을새김한 것이 아주 일품이다. 더러 마멸이 심한 곳도 있지만,이 정도면 경주 장항리석탑이나 양양 진전사지 석탑에 못지 않은 수준이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들런 곳은 삼지동모전석탑이었다.
내 차로나 올라갈 수 있을 만한 좁은 경사로를 좀 올라가니 3대 정도의 주차공간이 있을까... 여기서 잠시 망설임. 그리고 "좀 걷자"고 마음먹고 차를 한 귀퉁이에 세워두고 걸어 올라가니, 이런 모습이 나온다. 만약 여기까지 부득부득 차를 몰고 왔으면 돌릴 공간이 없어서 봉변 당할 뻔 했다.
오른 쪽의 단정한 건물은 화장실이다. 여기서 좀 톡톡히 신세를 졌다.
연대암(蓮臺庵)이라고 이름붙인 암자가 있는데,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큰 암벽에 바위그늘이 있고(대략 2m가 넘는 움푹 파여 들어간 곳), 거기에 작은 불상을 모셔놓았다. 앞쪽에는 마루를 깔아서 참배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보려고 했던 모전석탑은 이렇게 3m 채 안되는 높이의 바위 위에 쌓았다. 바위 아래가 부서져나간 곳이 많아서, 돌을 층층이 덧대어 보강해놓았는데 조금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어쩌면 세월이 더 지나면 이 암반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
1962년 탑을 수리할 때 불상을 모신 감실 바닥에 묻혀 있던 작은 불상 6구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1999년 해체보수할 때 돌로 만든 사리함과 사리 1과가 출토되었다고 한다.
탑신 꼭대기에는 상륜부를 얹었던 흔적이 조금 남아 있고. 초층 탑신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감실을 만들었다. 벽돌처럼 돌을 깨서 다듬었는데, 석질은 이 부근의 암벽과 같은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에 찾아간 곳은 현일동삼층석탑.
화천동 석탑처럼 팔부신중과 사천왕이 조각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았는데, 11월 말까지 보수중이라는... 그래서 비계 주위를 둘러싼 장막만 보았다.
현일동삼층석탑 가까이에 있는 당간지주 하나만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나마 당간지주 하나는 없어지고 한짝만 남은.
▼ 현일동삼층석탑은 보수중
현이동모전오층석탑은 당간지주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남쪽으로 개천 하나를 건너면, 얕은 언덕에 작은 암자가 있고, 여기에 현이동 모전오층석탑이 있다.
전탑은 안동 부근에 많이 남아 있는데, 영양에 있는 것들은 이렇게 모전석탑이 많다. 석질을 살펴보면 대개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석들이다.
▲ 현이동 모전석탑(模塼五層石塔)
감실 입구의 문주석(門柱石)은 돋을새김한 당초문(唐草紋)이 있다.
이렇게 화천리삼층석탑, 삼지동모전석탑, 현일동삼층석탑, 현이동모전5층석탑 등은 영양 군청을 기점으로 대략 10km 이내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차량으로 돌아보기에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는다. 답사하기에 편하다는 이야기.
끝으로 영양에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하는 봉감모전오층석탑을 찾았다. 여기는 영양읍내에서 10km 조금 넘는 거리이다. 나는 현이동모전석탑을 본 뒤에 봉감모전오층석탑이 있는 곳으로 바로 가지 않고 청기면 상청리에 있는 검산성과 벽산 김도현 생가를 들렀다(검산성 답사기는 별도 작성 예정)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봉감모전석탑도 11월 말까지 보수작업한다는 안내판과 함께 가림막만 볼 수 있었다.
저 뒷편에는 강이 흐른다. 원래 절이 있는 상태를 상상해보면, 풍광이 참 챃은 곳에 자리잡았다고 생각된다. 내년 봄 무렵에나 다시 한 번 찾아와야겠다.
뒤돌아 나오는 길에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를 바라보다. 원래는 농경지였겠지만 어떤 이유로 버려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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