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3일
경주 단석산 신선사 매마애불상군의 명문을 좀 살펴보느라고 경주를 찾은 길에 들렀다. 2006년 12월에 처음 가본 뒤로 7년만이다. 세월이 이렇게 쉬이 가버린다.
불령사(佛靈寺)는 경북 청도에 있는데, 대구 동화사의 말사이다. 경사진 시골 마을길과 농토 사이로 난 좁을 길을 올라가서, 다시 비탈진 길을 더 올라가야 한다. 2006년에 왔을 때는 반대편 산기슭에 들어선다는 골프장을 반대하는 펼침막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얘길 들으니 "골프장은 벌써 완공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산길을 올라가서 작은 주차장에 차를 대면 가까이에 불령사가 보인다. 주차를 하고 막 내리니, 멀리 암자에서 내려온 강아지 두 마리가 만갑게 뛰어내려와 주변을 맴돈다. 자세히 보니, 한 마리는 뒷다리가 부러진채 몸쪽에 붙어서 굳어버린 듯. 세 다리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비탈길, 계단길을 거침없이 뛰어다니며 사람을 반기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고. 스님은 절을 비운 듯, 강아지 두 마리가 절을 지키고 있었다. 먹을 게 있었더라면 좀 주고 왔을 것인데.
▲ 주차장에서 바라본 불령사. 작은 암자이다.
이 작은 암자가 유명한 것은,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전탑(塼塔)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 전탑에서 나온 문양전(紋樣塼)들이 경주 박물관에도 전시되어 있고, 이곳저곳 분산되어 있다. 불상과 전각(殿閣)들을 새긴 벽돌이다.
늦가을이라도 아직은 잎이 다 떨어지지 않고 물들어 있는 모습이 좋았다. 그나마 남쪽 지방이라서 이 정도가 남은 듯. 이 때 서울은 벌써 앙상한 가지만 남은 상태였다.
불령사 전탑의 모습은 이렇다. 절 뒤의 좁은 절벽 위에 3층으로 서 있다.
위의 모습은 이번에 찍은 것이다. 그러나 원래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2006년 12월에 가서 찍은 모습은 아래와 같이 5층이었다. 다만 이조차도 원형은 아니었다는 것. 전탑은 무너져서 흩어져 있던 것을, 1968년에 주지스님이 이렇게 5층으로 가늘게 복원하였다고 한다.
▲ 2006년 12월의 모습. 당시에는 공덕비도 이렇게 탑으로 가는 길목 가운데 있었으나, 이제는 오른쪽 곁으로 옮겨 놓았다.
그러던 것을 "원형을 복원하자"는 의견들이 많아서 2008년에서 2009년에 걸쳐 해체 복원한 것이 앞서 본 모습이다. 원래 3층으로 추정되는 것이니 그대로 복원했다.
그러나 이미 이곳저곳 흩어진 벽돌로 원형을 다 채울 수는 없었던 듯. 모자라는 벽돌을 원형에 가깝게 새로 만들어서 채워넣었다. 그래서 원래 벽돌과 새로 만든 벽돌이 뒤섞여 공존한다.
▲ 불령사 전탑의 불상과 탑 문양전. 햇살을 잘 받으면 불상의 표정까지 자세히 드러난다. 윗쪽에 검은 색이 강한 벽돌은 새로 만들어 끼워넣은 것이다.
이날은 조금 늦잠을 자고 갔더니, 햇빛이 비치는 각도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대로 옛 벽돌의 문양은 잘 드러나는 것들이 있어서 몇 컷 찍고.
3층 석탑과 상륜부 모양까지 아주 섬세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 전각 사이로 흐르는 구름을 표현한 벽돌
꼼꼼히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문양전들은 한두 개의 틀을 만들어놓고, 진흙을 빚어 그 틀에 찍어낸 것들인 듯. 얼핏 보아도 여러 벽돌의 문양과 각도가 같은 것들이 여럿 보인다. 많은 수의 틀이 사용된 것같지는 않다. 물론 꼼꼼히 대조해보아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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