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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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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농성(農城) 2014년 7월 21일. 무척이나 더운 날, 혼자 차를 몰아 평택으로 향했다. 오래 전부터 한 번 가보려고 마음먹고 있던 농성(農城)을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가는 길은 고속도로도 막히지 않고 좋았음.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날씨가 잔뜩 흐렸다. 그나마 비가 오지는 않는다는 예보를 믿고 출발한 것. 농성은 평택 팽성읍에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팽성읍 안정리 산41-5. 지도를 보면 아래와 같다. 바다로 나가는 출구가 아산방조제로 막힌 안성천 곁의 평야지대에 있다. 지금은 간척이 많이 이루어졌으니 들판 가운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 오래 전에는 바다에서 300m도 채 안되는 거리였을 것이고, 서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나머지 삼면으로 들판과 산을 조망하는 위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성이 ..
경북 영양 검산성 2013년 10월 5일. 영양의 석탑들을 보러 온 답사길. 현이동모전석탑까지 둘러본 뒤에 검산성(劒山城)으로 향했다. 검산성은 특이한 성이다. 흔히 산성이라 하면 삼국시대 것이거나, 아니면 조선시대 것으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검산성은 구한말에 쌓은 것이다. 벽산(碧山) 김도현(金道鉉:1852~1914)이 의병을 일으키면서 개인 재산을 들여 마을 뒷산에 쌓은 것이다.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다는 것까지 알고서는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갔으나, 좁은 시골길에서 기계는 별로 정확치 못했다. 다행히 적당한 비탈길은 감당하는 차량이라서 왠만큼 올라가보자며 차를 몰았다. 그랬더니 길이 끊어진다. 바로 이 비석 앞에서였다. 벽산 선생의 의병 활동과 순절(殉節) 기념비이다. 길을 잘못 들지 않았더라면 선뜻 ..
경주 관문성과 명문석 2011년 5월 21일.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번 둘러본 성이다. 경주와 울산 사이, 모화(毛火)라는 곳이 있고 모벌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는 통일신라 때 울산쪽에서 들어오는 왜구를 막기 위해 12km에 달하는 장성을 쌓았다. 그리고 그 동쪽 끝의 산꼭대기에 테뵈식 산성을 쌓았다. 이곳에 올라서면 동해가 멀리 보인다. 이 성이 중요한 것은, 성벽 둘레를 돌아가며 성돌에다 축성집단이 군(郡)별로 책임공사 구간이었음을 새겨놓은 글자들이 있다는 것. 모두 10개가 발견되어 보고되었다. 최초 보고는 박방룡 선생이 했고, 나도 이 명문들을 활용하여 1편의 논문을 써서 발표한 적이 있다. 내가 1990년대 초에 처음 갔을 때는 산 꼭대기에 목장이 있었고, 포장 안된 길을 오래 걸어올랐었다. 그러나 그 뒤에 가보니 ..
거제도 옥산성 2011년 4월 1일. 예전에 찍은 사진이 있긴 했지만, 봄날에 새싹이 틀 때쯤의 색상이 좋아서, 시간 맞춰 간다고 마음먹고 들렀다. 거제도에는 성이 많다. 조선시대 수군의 진성(鎭城)들이 수두룩 하고, 임진왜란 때 왜군이 쌓은 왜성이 여러 곳이다. 그리고 고려 의종이 폐위된 뒤에 잠시 유폐되었던 폐왕성(廢王城 지금은 지명에 따라 이라 고쳐 부르며 발굴이 끝난 뒤에 정비를 좀 해두었다)이 있다. 옥산성은 옥산금성이라고도 한다. 산성의 바위에 '옥산금성'이라는 글자를 새긴 곳이 있다. 19세기 말에 쌓았다는 것이 특이하고, 낮은 동네 뒷산 꼭대기에 쌓아서 지금도 비교적 잘 남아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거제도의 옛 중심지였던 거제면에 있다. [다음 지도]를 잠시 빌려오면, 위치는 아래와 같다. 7시 방향에서..
영월 정양산성 영월 정양산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것이다. 예전에 일부에서는 고구려 성으로 생각하려는 경향도 있었으나, 지금은 신라 성으로 보는 것이 대세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현지에서는 '왕검성'으로도 불렀지만, 지금은 지명을 따서 정양산성이라 부른다. 이 근처에 고려시대에는 정양역이 있었다. 이곳이 오래된 교통로상에서 중요한 자리임을 가리킨다. 2009년 4월 13일. 전날 서울을 출발해서 밤늦게 영월읍내에서 하루를 묵다. 여러 번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겨울이나 초봄에만 답사했기에 풀빛이 조금 감도는 사진을 얻고 싶었고, 또 최근 어떤 블로그를 보니 영월군에서 유적정비한다고 성벽 주변을 벌채한 것같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시간을 만들어서 들렀다. 14일 아침을 영월역 앞에서 올갱이 해장국으로 먹고, 산..
담양 금성산성 2008년 11월 9일. 그날 찍은 사진을 간단히 소개. 담양 금성산성은 장성 입암산성 등과 함께 조선후기 호남을 대표하는 산성이다. 물론 조선후기에 첫 축성한 것은 아닐 터이고,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있던 것을 다시 손대어 세련되게 축조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만, 내가 앞으로 쓸 책에서 이 금성산성을 소개하려는 의도는, 이미 산성을 갖고서는 안보, 국방을 이야기할 시대가 지나버렸는데도, 그 당시 사람들은 이런 방어시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 이런 경우가 전국에 몇 된다. 아~! 물론 전혀 쓸모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금성산성에서 1894년 농민전쟁을 치르기도 했고, 여기서 제법 많은 희생자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 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고... 혼자서 올라가 돌아본 곳. 좀 심심하긴..
부산 금정산성 생각해보면, 금정산성에 가서 사진을 좀 찍어놓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어언 몇년 전인 듯하다. 특히 금정산성 서문의 적대(敵臺)는, 비록 수년 전의 복원품이기는 하지만 조선후기의 적대로서는 얼마간 전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나중에 낼 책에 사진이 필요하기도 했고... 또 하나, 금정산성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이렇다. 중고등학교 때 두어번 소풍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성이다 뭐다 하는 데는 관심도 없었고, 누군가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었더란 말이지. 그래서 성문 있는 곳조차 구경 못하고 풀밭에 앉아서 과자나 먹고 오는 게 고작이었기에, "제대로 한 번 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 19살까지 살았다) 벼르던 끝에 결심을 하고, 2008년 10월 26일(일) 저녁 열차로 구포역을 향했..
전북 완주 용계산성 2008년 3월 31일. 용계산성은 전북 완주군 운주면 금당리에 있다. 아주 좁은 길가의 나즈막한 산 위에 쌓은 성. 오른쪽이 운주면으로 가는 길, 왼쪽으로 4km 정도 더 가면 숯고개가 나온다. 백제 멸망과 관련한 지명인 炭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정이 있고, 이곳 숯고개가 그 하나이다. 동쪽의 신라로부터 백제로 들어오는 길목에 해당한다. 이날, 숯고개의 고중리 산성은 답사하지 못하고, 용계산성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다.(워낙 고개가 가파르고 길이 없어서 혼자 오르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래는 산성이 있는 곳을 조금 떨어져 바라본 것. 아침부터 날씨가 잔뜩 흐려서 금새라도 비가올 듯. 이곳을 들렀다가 숯고개를 넘고, 다시 위봉산성으로 가는 길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역인데도 소나기가 잠깐 내린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