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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곽/고대

가뭄으로 드러난 청풍토성

  2015년 7월 18일(토)

  수년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고, 특히 2015년에는 봄가뭄이 심한 편이다. 7월초에 태풍의 영향으로 잠깐 비가 오기는 했지만, 여러 댐과 저수지의 수량은 형편없이 낮아진 상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에 있다는 '청풍토성'을 둘러보기로 했다. 7월초의 비로 다시 물에 잠겼으면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잠기지 않았다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출발했다.

  3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더니, 토성의 흔적은 여전히 물밖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2012년에 찍은 Daum 스카이뷰에는 물에 잠긴 모습이다. 아래 사진에서 노란 색으로 표시한 곳이 토성의 위치.

 

 

  구글프로에서는 2015년 초여름의 최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가 가뭄의 절정임을 알 수 있다.(그러나 이게 절정일지, 내년에도 계속될지는...)

 

  위 사진을 확대해보면 이렇다. 노란색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이다. 원래 발굴조사할 때도 서벽과 북벽만 확인되었는데, 위성사진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심한 가뭄이 이런 기회를 가져다 줄 때가 있을 줄이야... 

 

  예전 같으면 물이 넘실댈 지점까지 내 차를 몰고 들어갈 수 있었다. 토성 안에 차를 세우고 토성 서벽 바깥으로 멀리 걸어나가서 찍은 사진. 드넓은 초원처럼 풀은 자라고 있지만, 바닥은 이렇게 쩍쩍 갈라져 있는 상태.

 

 

  원래 마을이 있던 곳이라, 물이 빠지면서 마을의 민가 담장으로 쓰인 돌담들, 축대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에 보이는 바위 섬은(원래 수몰되기 전에는 그냥 강가의 바위였겠지만) 3~4m를 넘는 높이인데, 지금 섬처럼 드러나 있다. Daum 지도에는 호수로 표시되는 상태임. 수위가 엄청 낮아진 상태라는 것을 웅변하는 것.

 

  청풍토성은 원래 그 존재를 모르고 있다가 수몰예정지구 발굴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청풍토성이라는 이름도 이 때 붙였다.

  그러나 수몰을 예상하고 발굴조사하던 당시 마을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사라진 토성이었지만, 현지 지명에는 이곳에 성곽이 있었던 증거가 남아 있었다. 성내리(城內里)라는 마을 이름은 흔히 성의 안쪽에 붙는 경우가 많다. '성내'라는 지명은 전국 곳곳에 남아 있다.

 

  어쨌든, 발굴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이 일상생활하는 지표면에서 30cm 가량 아래 쪽에서 일부 성벽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시굴구덩을 넣고 조사해보니, 성 안에서 많은 삼국시대 토기들이 나왔고, 그 뒤에도 토성은 조선후기까지 창고나 경작지로 계속 사용된 흔적이 역력하였다고 했다.

 

  발굴 당시에 작성한 도면은 이렇다. 서쪽과 북쪽의 성벽 기저부만 확인되는 상태였다.

  전체 둘레는 약 450m 정도로 추정되고, 동서 약 140m, 남북 약 100m 가량의 규모. 성벽 기저부의 너비는 약 5~6m 가량된다고 하므로, 처음 쌓았을 당시에는 높이도 5m 안팎, 또는 그 이상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이때 발굴은 충북대학교에서 맡아서 『충주댐 수몰 지구 문화 유적 발굴 조사 종합 보고서』(충북대학교 박물관, 1984)로 간행되었다.

 

  위 도면의 서북쪽 모서리에서 찍은 사진.

  기저부에 돌을 깔고, 그 위에 판축으로 성벽을 축조했다. 왼쪽으로 늘어서 있는 석열(石列)이 북쪽 성벽이고, 오른쪽 대각선으로 늘어서 있는 것이 서쪽 성벽이다. 그 위에는 판축한 토성의 아랫부분이 고운 흙으로 드러나 있다. 물결이 없는 곳에 얌전히 잠겼다고 가뭄으로 인해 조용히 드러난 만큼, 형태가 온전하다.

  물론 토성 성벽 자체는 거의 사라지고, 기저부만 온전하다는 뜻이다.

 

  북벽과 서벽이 만나는 부분.

  석열의 바깥 끝을 가지런히 맞춘 흔적이 확인된다.

 

  아래는 서벽을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가운데 있는 돌은 성벽 바깥 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벽과 남벽이 만나는 지점. 보트놀이하는 곳까지 드나드는 SUV 차량들이 낸 바퀴자국이 두 갈레 보이는 곳에서 성벽의 흔적은 끝난다. 오른쪽 위로 멀리 보이는 차가 내차.

 

  누군가가 이미 답사하고 간 듯. 군데군데 기와를 모아두고 사진 찍은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몇 개 더 모아두고, 야철(冶鐵)의 흔적인 듯, 슬러그처럼 보이는  부스러기들도 함께 모아서 사진만 찍어 둠.

 

  차를 멈춘 토성 안에서 북쪽으로부터 서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며 찍은 동영상. 물이 쭉 빠진 뒤에 완전히 초원으로 변한 모습.

 

 

  토성 서북쪽 모서리에서, 북벽의 기저부부터 서쪽의 기저부 석열, 그리고 그 위에 조금 남은 흙벽의 모습을 찍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