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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삶

아득한 옛 기억을 더듬어 찾다

  조용히 혼자 지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던 중에,

  평소 드문드문 보던 유튜브에 들어가서 '혹시' 하는 생각으로 검색해보았더니.

  아득한 옛 기억 속에 남은 어떤 영화의 두어 장면. 그 영화를 찾아냈고.

  우리말로 더빙된 목소리가 얼마나 유치하고(?), 원래 영화의 맛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는가를 알게 됨.

 

  1975년, 중학 2학년 때 집에서 처음으로 TV를 샀다.

  주말이면 '주말의 명화'라든가, '명화극장'을 흑백으로 보던 시절.

  부모님 주무시던 방에서, 소리를 작게 틀어두고 몰두하며 보았던 고전 서부영화 중에서 몇 장면이,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서도 선명히 기억되는 것이 있어서 찾아보았더니.

  당시 우리말로는 <황야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것. 원래 제목은 My Darling Clementine,

무려 1946년에 제작된 것.

 

  19세기 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니, 여러 버전의 영화가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것은 위의 영어 제목 영화였다. 이걸 왜 '황야의 결투'라고 우리말 제목으로 방영했는지. 참...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자막 입힌 것으로는 아래가 제일 좋은 듯.

  <황야의 결투>(1부)

  <황야의 결투>(2부) 

 

  나머지는 더빙한 것. 또 중요한 장면을 빼먹은 것. 또 같은 제목의 다른 영화 등이었음.

  더빙되지 않고 자막도 없는 것들 중에는, 마지막에 헤어질 때 헨리폰다가 캐시 다운스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하는 장면을 빼버린 것도 있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두세 종류의 영화를 다 살폈다는)

 

  출연 배우로는 서부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헨리 폰다. 그리고 당시 유명한 배우였던 빅터 마추어.

  내 기억에 남은 상큼한 여배우로는 캐시 다운스(이제야 이름을 알았다). 그리고 또 다른 여배우 린다 다넬.

 

  엇갈린 상황에서 묘한 감정을 느끼는 보안관과 클레멘타인. 그러나 표현하지는 못하는.

  "이 마을이 좋다. 공기도 맑고 깨끗하고... 그리고 사막꽃의 향기..."라며 캐시 다운스가 말하는 장면.

  헨리폰다가 "나한테서 나는 냄새"라고 말한다. 이때 클레멘타인의 표정이 재미있다.

클레멘타인이 마을을 떠나려 하면서 보안관과 대화하다가, 향수를 맡는 장면

 

  마을을 떠나려다가, 새 교회가 만들어져서 주민들이 춤추는 곳까지 같이 가고.

  흥겨운 장면을 보며, 클레멘타인은 "언제 내게 춤을 청할까..." 기다리며 바라보는 장면.

춤을 청하길 기대하며 헨리폰다를 바라보는 모습

 

  그리고 악당을 소탕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헨리폰다와 이별하는 장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이제 소용이 없겠군요" 라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

 

  헨리 폰다는 다시 오겠다는 말과 함께 캐시 다운스의 볼에 입맞춤한 뒤에 떠난다.

  "클레멘타인이라는 이름이 참 좋군요"라는 말을 남기고.

 

  50년이 다 되어가는 흑백영화를 본 기억 속에 한 조각 남아 있던 것을,

  그 영화를 찾아서 다시 보고 확인하면서, 내 삶을 조금 정리해가고 있음을 느끼고.

  여튼 중학생의 기억에, 요정처럼 깜찍했던 캐시 다운스라는 배우를 확인한 것도 새삼스러웠고.

  이 여배우는 내가 TV 영화에서 모습을 본 이듬해인 1976년에 세상을 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가 1946년에 만들어졌던 것.

 

  이렇게 조금씩 오랜 기억들을 정리해간다. 나쁘지 않은 기억찾기와 정리 과정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