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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답사기/풍경,유적

울릉도의 신라 금동관편

  2012년 4월 24일 오전.

  오후에 독도가는 배를 타기로 되어 있어서, 오전에는 울릉도 향토유물전시관과 독도박물관을 돌아보고, 독도전망대까지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사실 울릉도 답사의 구실은 몇 군데 신라 고분을 살펴본다는 것도 있고, 더 중요한 것은 향토유물전시관에 있는 신라금동관 조각을 직접 확인해보려는 욕구가 가장 먼저였다. 그 다음이 좀 쉬며 걷고 경치 구경도 하자는 것이었고.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울릉도에는 신라 고분들이 있다. 적석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부분 민가를 짓거나 농토를 만들면서 사라졌고, 그 내부의 유물들도 온전히 수습된 것이 없다. 다행히도 고분이 파괴되는 과정에서 나온 토기의 일부, 그리고 금속 유물의 파편들이 <울릉도 향토유물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다. 현지에서 이런 유물을 수집하여 보관한 분들의 정성이 아름답다 해야 할 것이다.

 

  향토유물전시관에 있는 신라 토기들.

  편광필터를 갖고 갔는데도 가방에서 꺼내 끼기 귀찮아서 그대로 찍음. 좀 제대로 끼워 찍었으면 유리반사가 없도록 했을텐데... 갈수록 게을러진다.

 

 

  토기의 대부분은 통일신라 때 것들이다.

  울릉도는 이런 토기를 만들 흙이 없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이런 토기의 대부분이 육지에서 만들어져서 울릉도로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6세기 초. 신라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했고, 우산국은 매해 공납을 바치기로 했다는 『삼국사기』기록을 정확히 방증하는 유물들이다.

  신라는 울릉도의 토착세력을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일정한 공납을 받는 것으로 조치했던 것이다. 그리고 토착지배세력이 현지에서 권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장례식 때 무덤에 껴묻을 수 있는 물건들도 이런 과정에서 들어간 곳으로 짐작된다.

 

  몇 조각 되지 않는 것들이지만, 금도금을 한 달개, 청동으로 만든 방울과 금속판 등이 보인다.

 

 

  이 중 구멍 뚫린 금속판 파편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서울대학교 박물관에서 1998년에 울릉도를 조사하면서, 이것이 出 字 모양으로 만든 신라 금동관의 파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였다. 지금 학계에서는 대부분 이 추정을 받아들인다.

 

  出 字 모양의 금동관은 신라가 지방세력을 포섭하면서 나누어 준 것이다. 금방 지방관을 보내 직접 통치하지 못하던 시절, 현지 토착 우두머리를 포섭하여 간접 지배하던 때. 신라 중앙 정부에서는 이들에게 토기를 비롯하여 장신구, 무기 등 각종 위세품들을 하사했다. 이런 과정은 6세기 전반기 무렵까지 이어진다.

  그러면서 시간이 좀 흐르면, 금동관도 이제는 매우 형식화되고, 과거와 같은 아름답고 균형잡인 모습에서 투박한 것으로 바뀐다. 충북 단양의 하리에서 발견된 금동관 파편도 비슷하다. 제대로 出자 모양을 갖추어 금동판을 오려내지도 않고 대강의 형식만 갖추었다. 그래서 이것을 신라 정부에서 만들어 하사했다기보다는 현지인들이 스스로 본따 만든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울릉도의 금동관편은 어떤 경우일까?

  금속재료가 없는 곳이므로 원료를 육지에서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작은 울릉도에서 이루어졌을까? 그렇게 보기도 좀 어렵다. 좀 투박한 모양으로 육지에서 만들어서 섬으로 들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 갖고 확정짓기는 망설여진다.

 

  위 사진의 금동관 파편을 확대해본 것.

 

  신라에 복속하여 6~7세기를 지나는 기간. 이 기간이 울릉도 토착 지배세력에게는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뒤로는 기록이 없다. 다만 후삼국시대에 왕건이 견훤군과 고창(안동 부근)에서 싸워 그동안 수세젹인 상황을 역전시켰을 때, 울릉도 토착세력은 사람을 보내 고려왕조에 복속해온다.

  기록에는 없지만, 울릉도 사람들은 육지와 부단히 교섭하면서, 육지에서 일어나는 정치군사 동향에 상당히 빠르게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 싸이 내 블로그의 글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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