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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곽/중세

거제도 옥산성

  2011년 4월 1일.

  예전에 찍은 사진이 있긴 했지만, 봄날에 새싹이 틀 때쯤의 색상이 좋아서, 시간 맞춰 간다고 마음먹고 들렀다.

 

  거제도에는 성이 많다. 조선시대 수군의 진성(鎭城)들이 수두룩 하고, 임진왜란 때 왜군이 쌓은 왜성이 여러 곳이다. 그리고 고려 의종이 폐위된 뒤에 잠시 유폐되었던 폐왕성(廢王城 지금은 지명에 따라 <둔덕기성>이라 고쳐 부르며 발굴이 끝난 뒤에 정비를 좀 해두었다)이 있다.

 

  옥산성은 옥산금성이라고도 한다. 산성의 바위에 '옥산금성'이라는 글자를 새긴 곳이 있다.

  19세기 말에 쌓았다는 것이 특이하고, 낮은 동네 뒷산 꼭대기에 쌓아서 지금도 비교적 잘 남아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거제도의 옛 중심지였던 거제면에 있다.

  [다음 지도]를 잠시 빌려오면, 위치는 아래와 같다.

 

 

  7시 방향에서 1시 방향으로 보고 찍은 원경이다.

  오른쪽 작은 산봉우리를 둘러가며 쌓은 성벽이 잘 보인다. 꼭대기에는 정자가 하나 있다. 

 

 

  조금 끌어당겨 보면 이렇다.

 

  서쪽 문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모습이다.

 

▼  문으로 들어와서 찍은 것. 성문을 들어서는 적군이 곧바로 저항없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아군이 성문 안쪽을 방어할 수 있는 시설(왼쪽 석축)을 마련해두었다. 성문을 통과하여 직진하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게 되어 있다. 성문 밖에 설치하는 옹성의 기능을 안쪽으로 옮긴 셈이다.... 제법 갖출 것은 갖춘 셈이다. 

 

  내가 이 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금 쓰고 있는 책의 한 장으로 설정된 '쓸데 없는 짓'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곳에서 다룰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몇 개의 소재가 있는데, 이 성은 그 가운데 하나이다.

  성을 쌓은 것은 1873년(고종 10)이다. 너무 늦지 않은가? 내력인즉슨, 이렇다.

 

  거제부사 송희승(宋熙昇)이 거제읍성을 쌓으려고 조정에 건의했으나, 백성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이곳에 산성을 쌓기로 하고 주민을 강제 동원하고 돈을 거두어 8개월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무리한 무담을 주었다고 해서 송희승은 파직되었다고 한다.

 

  꼭대기에 올라서서 서남쪽을 바라본 모습. 멀리 왼쪽으로 바다가 보인다.

 

  갖출 것을 제법 잘 갖추었다고 했는데, 이렇게 저수시설도 마련해두었다. 물이 제법 고여 있다.

  산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다. 물이 없으면 성안에서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성은 테뫼식이기도 하고 워낙 입지 자체가 물 확보에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성 안 바위 위에 세워둔 축성비이다. 성을 쌓은 내력을 새겨두었다.

  사실은 비석의 건탁을 떠왔는데, 자세히 읽어보고 글을 쓰려 했으나... 그러려면 또 하~ 세월이 되겠다 싶어서 그냥 간단히만 소개글을 작성한다. (건탁이라서 글자를 선명하게 읽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는 것도 이유)

  외세가 물밀듯이 밀려오기 직전. 일본의 압력에 굴복한 개항이 1876년이니, 그 직전에 운요호 사건이 있었고...

  조선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상황이었다. 이 즈음에, 나라를 걱정하는 지방관이 성을 쌓겠다고 나선다면... 갸륵한 일일까? 늘 위기에 준비하는 것은 기특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도 때가 있는 법.

  1873년 아닌가 말이다. 이미 성곽으로 나라를 지키던 시대가 지난 지 수백년이었다.

 

  조선의 지배층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국가를 운영하면서, 그 나라를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지킬 수 있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한 마디로 코미디이다.

  예전에 썼던 <부산 금정산성>이 그러했다. 그리고 경북 군위의 <화산산성>도 마찬가지 경우였다.

 

  철지난 삽질... 세상 돌아가는 줄 모르는 지배층의 철지난 삽질은 오늘날도 굳건히 계속된다.

  그게 철지난 행동이란 것을 그들만 모른다. 그러나 그 대가는 우리 모두가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분노를 자아내는 것이다.

 

* 내 싸이 블로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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