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보람 있었던(?) 일 하나.
연구실에 앉아서 이것저것 뭘 하다보니, 정신도 흐릿하고 날씨는 덥고...
바람 쐬며 산책이나 할까 싶어서 언더우드 기념관이 있는 언덕으로 슬슬 걸어가던 중. 산딸기 군락지를 발견하다.
이미 열매가 맺는 시기는 몇 주 지났는데, 상당수는 땅에 떨어졌고 요행히 아직도 남아 있는 것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었던 것.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언제적 이야기던가, 1978년 고2 무렵. 내가 다닌 고등학교 뒷산에는 산딸기기 많았다. 점심시간 남은 여가에 친구들과 산에 올라가 모자 속에 한 가득히 담아 와서 반 아이들과 나눠 먹었던 기억.
그리고 사진을 업으로 하는 친구와 90년대 후반에 자주 답사 다닐 때. 한적한 산골 개천가에 쉬려고 차를 멈추었다가 무르익은 산딸기를 발견하고 맛있게 따 먹었던 기억들....
이런 기억들이 내 발길을 멈추게 하고. 손수건 한가득 열매를 따게 했다.
사실은 내 딸이 산딸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이제는 마트에서 사는 산딸기는 이미 시간이 지나버렸고. 그래서 오직 딸에게 갖다주려고 가시에 좀 긁혀가면서 수확을 했다.
어제도 이만큼을 가지고 가서 깨끗히 씻어 주었더니 무척이나 잘 먹었다. 무악산에 자생하는 것이라 농약을 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서울 시내에 내리는 비가 그닥 좋은 게 아니니, 깨끗히 씻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위의 사진 만큼 따서 주었더니, "내년에는 제 때에 가서 한 광주리를 따자"며 맛있게 잘 먹더라는. 나도 좀 먹었지만.
요즘 마트의 산딸기는 아마 재배한 것이 많을 듯하다. 그래서 이렇게 야생으로 자란 것들은 조금 더 드세고 신맛이 강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옛 추억 때문에 따온 것이 몇 사람을 즐겁게 만든 경험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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