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의 성곽/고대

평택 농성(農城)

  2014년 7월 21일.

  무척이나 더운 날, 혼자 차를 몰아 평택으로 향했다. 오래 전부터 한 번 가보려고 마음먹고 있던 농성(農城)을 답사하기 위해서였다.

  가는 길은 고속도로도 막히지 않고 좋았음. 파란 하늘이 배경이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날씨가 잔뜩 흐렸다. 그나마 비가 오지는 않는다는 예보를 믿고 출발한 것.

 

  농성은 평택 팽성읍에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팽성읍 안정리 산41-5.

  지도를 보면 아래와 같다. 바다로 나가는 출구가 아산방조제로 막힌 안성천 곁의 평야지대에 있다.

  지금은 간척이 많이 이루어졌으니 들판 가운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 오래 전에는 바다에서 300m도 채 안되는 거리였을 것이고, 서쪽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나머지 삼면으로 들판과 산을 조망하는 위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성이 자리잡은 곳은 주변 들판에서도 조금 구릉지였을 것이라 추정된다.

 

  농성은 토성이다.  둘레는 300m 가량밖에 안되는 매우 작은 규모이다.

  항공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성안으로 통하는 문은 동-서 2군데만 내었다. 그러나 성문은 성벽을 어긋나게 한다든가 옹성을 설치하여 적의 접근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 보통인데, 농성의 경우는 그런 흔적을 볼 수 없다.

 

  서문지를 조금 남쪽에서 바라보며 찍은 것. 현재 남은 성벽의 높이는 약 4m 정도 된다.

 

   왼쪽이 동문지. 북쪽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찍은 것.

   성 안은 깨끗하게 정비를 잘 해놓았다. 국가문화재도 아니고 '경기도기념물'로만 지정된 것이지만, 이렇게 정비를 잘 해두어 공원으로 만들고, 성 밖의 공터에는 체육시설도 갖추어 놓았다. 그냥 내버려둔 상태보다는 훨씬 좋아보인다.

  평택시청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1980년에 부근의 군부대가 장교 및 하사관 주택을 지으려고 임야훼손허가를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문화공보부에 문화재 가치를 조사의뢰했었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 남아 있는 토성 중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하여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1981년 7월 16일자로 경기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이런 정도의 토성이 잘 남은 경우는 별로 없다. 거의 비슷한 상태로 양호하게 남은 것이 청주 정북동 토성 정도이다. (물론 경주 월성처럼 왕성인 경우를 빼면)

  그리고 마찬가지로 평지토성인 철원토성은 서쪽과 남쪽의 일부 성벽만 남고 나머지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이다. 따라서 보기 드문 유적이라 할 것이다.

 

  다만, 이 토성의 축조연대라든가 그밖의 역사가 문헌기록을 통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현지 안내판에 보면, "임씨의 시조인 임팔급(林八及) 공이 당나라의 혼란을 피해 이곳에 정착하여 쌓았다"는 등의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고려말에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았다는 설,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설 등도 열거했다. 한마디로 축조연대를 잘 알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대개 이런 토성의 기원은 삼국시대로까지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다. 다만 농성을 삼국시대로까지 올리기에는 좀 낮은 구릉지에 입지한 것이 걸린다. 바다를 바라보고 안성천을 거슬러올라오는 움직임을 감시 통제하는 위치로는 좋지만, 성 안이 너무 좁다는 것이 본격적인 입보(入保)나 방어시설로는 좀 불안해보인다.

  어쩌면 후삼국시대 호족과 관련하여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같다. 다만 안내판에 쓰인 대로 임진왜란이나 고려말 왜구 대비설 등은 설득력이 낮다고 생각된다.

 

  현지에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중국에서 건너온 평택임씨의 시조가 쌓았다는 내용도 있는 듯하다. 평택임씨 시조에 관해서는  <평택임씨>(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역대 인물종합 정보시스템) 참조.

  이 이야기를 활용하여 농성 남쪽 밖에는 이런 동상도 세워놓았다. <충절공(忠節公) 임팔급(林八及) 상(像)>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다. 그러나 대개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족보들이 시조를 중국에 끌어붙이고, 수나라 당나라 때 한반도로 왔다고 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인 만큼, 역사적으로 신뢰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토성 입구에는 승용차 20여대가 들어갈 만한 주차장도 만들어놓았다. 물론 주차는 무료이다.

 

'한국의 성곽 > 고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항 신광면 토성  (0) 2014.12.30
풍납토성, 아파트 5층 높이의 거대 성벽  (0) 2014.12.03
경주 관문성과 명문석  (0) 2013.06.25
영월 정양산성  (0) 2013.06.25
전북 완주 용계산성  (0) 201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