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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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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구황동 모전석탑지 2013년 11월 2일. 경주에 여러 번 갔었지만 이번에 처음 간 곳이 있다. 예전에 걸어 다닐 때는 그냥 스쳐지나갔고, 차를 몰고 갈 때는 큰 길가에 정차할 데가 없어서 지나갔고.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을 좀 찍어두자 싶어서 좀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갔다. 위치는 황룡사지의 정동쪽. 보문동으로 가는 길을 건너 오른 쪽. 구황동 모전석탑지(模塼石塔址)라고 불리는 곳이다. 근처에서 분황사 모전석탑과 비슷한 크기로 다듬은 돌들이 발견된 적이 있어서 이렇게 이름붙였다. 아마 사방으로 감실을 내고, 감실 입구 양 옆에는 인왕상을 세워두었으리라 짐작한다. 이 절터에서 나온 인왕상 중에 상태가 좋은 것은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져 있다. 그리고 남은 석재들은 이런 모습. 4구의 인왕상이 남아 있다. ▼ 북쪽에서 남..
10여 년만에 찾은 천룡사지 2013년 11월 2일. 오랜만의 망중한(忙中閑)을 억지로 만들어냈다고 할까... 야간운전으로 경주를 찾았다. 다음날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제일 먼저 찾은 곳은 10여 년 전에 가보고 다시 찾지 못했던 천룡사지. 옛 기억으로도 산길을 제법 걸어올라갔던, 쉽지 않은 길이었는데. 조금 무리하게 와룡사 앞까지 차를 몰고 갔다.(다음부터는 이런 무리는 안하는 것이 나을 듯. 이미 등산객들의 차가 서너대 주차공간을 다 차지하고 있었음). 와룡사에서 천룡사까지는 잠깐씩 두어번 쉬면서 약 20분 가량 걸었다. 천룡사가 있는 틈수골 꼭대기에는 제법 평지가 있어서 농사짓는 민가들이 몇 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 다시 찾은 길에는 대부분의 밭들이 버려진 상태로 수풀만 수북했다. 두군데 식당만 등산객들을 상..
부석사 무량수전, 무량수불 영주 부석사는 가을에 가면 참 좋은 절이다. 절에 올라가는 길 양 옆에는, 사과와 나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앉아계시고 (영주는 사과로 유명하다)... 가을 바람을 느끼며 무량수전 주변의 부석과 석탑을 느긋하게 돌아보는 기분. 문득 부석사 생각이 나서, 오래 전에 다녀와서 올린 사진 2컷을 옛 블로그에서 찾아 옮김. 안양루 아래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제일 먼저 석등이 나오고, 그 다음에 [無量壽殿]이라는 현판이 붙은 건물이 보인다. 무량수전 안에 모신 무량수불(無量壽佛). 아미타불이라고도 부르는 부처. 서방정토를 관장하면서, 극락왕생을 비는 신앙의 대상. 그래서, 예배하는 사람이 서쪽을 바라보며 예를 올릴 수 있도록, 부처는 이렇게 동쪽을 보고 앉아 있다. 2006년 6월인가? 후배와 함께 불현듯 ..
경주 두대리 마애삼존불 2008년 6월 23일, 거의 10년만에 다시 찾은 듯하다.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하던 예전에는 마을 입구까지 시내버스를 타고와서 걸어올라가야 했다. 먼길은 아니지만, 처음 가는 길은 좀 멀리 느껴지는 법. 오랜만에 찾으며 네비를 설정했더니, 마을 골목길을 지나서 조그만 절 앞까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차장도 제법 갖추어놓았다. 주차장에서 빤히 보이는 곳까지 계단을 몇 개 올라가면 된다. 작은 암자에는 사람이 사는 듯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생긴 바위에 삼존불을 새겼다. 그리고 삼존불 앞에는 바위가 있어 예배공간이 아늑한 느낌을 준다.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이 불상은 빛을 제대로 받은 사진을 찍기가 참 어렵다. 해가 있을 때는 나뭇가지에 가려서 얼룩이 져버리고. ..
임실 진구사지 석등 크기도 크려니와, 조각양식이 신라말 선종이 유행할 때의 전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그래서 2007년에 우연히 한 번 들른 뒤로, 근방을 지날 때면 늘 들렀다 오는 것이 보통이다. 예전에는 황량한 절터에 석등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몇 년 전에 발굴을 끝내고, 축대를 다시 쌓아두었다. 축대라고 해야, 소맷돌과 계단 일부만 원래의 석재들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나머지 돌들은 새로 쌓은 것. 발굴을 끝내고 주변을 정비했고, 고증을 통해 '진구사지(珍丘寺址)'라는 이름을 붙여두었다. 화장실을 세워두었고 주차장도 만들어놓았다. 예전에는 '임실 용암리 석등'이라 하던 것을 '임실 진구사지 석등'으로 문화재 명칭도 바꾸었다. 아래는 화엄사에 갔다오다가 여름에 들렀을 때 사진. 이런 모양으로 생긴 석등..
경주 삼랑사지 당간지주 2009년 9월 6일. 경주박물관에 한시 전시된 포항 중성리비를 보리 갔다가 시간이 좀 남아 들렀다. 예전에는 주변에 집들이 총총히 있었으나, 수년 전부터 당국에서 한 채씩 사들여서 주변을 정비하고 있다. 왠만큼 진행되면 본격적인 발굴을 시도할 필요가 있겠다. 내가 처음 이곳을 찾은 것은, 1988년쯤인가? 삼국유사의 정수사(正秀師) 이야기를 따라, 황룡사 터에서 삼랑사까지 왕복해보기로 마음먹고 출발했는데, 주택가 한 가운데 있는 이 당간지주를 결국 못찾았다. 그 몇 년 뒤에 다시 찾았을 때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찾지 못하고 걸음을 돌린 날은 발이 좀 부르텄었다. 다른 곳까지 포함해서 시내를 꽤나 걸어다녔기 때문에. 참고로, 2003년 12월 사진과 비교해보자. 골프 연습장 앞에 있던 민가 2..
산청 도전리 마애불상군 연구년이었던 2007년 5월 초쯤, 과거에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두 분과 함께 훌쩍 떠났던 산청, 합천 답사 때 들렀던 곳. 지금은 바로 아래로 도로가 지나가고 있지만, 숲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는다. 마을 입구에서 조금 꺾어 들어가서 나즈막한 뒷산을 오르면 금방 나타난다. 이렇게 절벽에 빼곡하게 불상들을 새겼다. 햇빛이 잘 드는 시각에 찾아가면 나으려니 생각하고 대략 시간을 맞추어 갔는데. 이미 잎이 우거져서 그늘로 얼룩이 져 있었다. 조금 자세히 보면 이렇다.
월악산 작성(鵲城) 2006년 4월 27일 답사. 10년 전 언젠가 잡지에 잠깐 소개된 사진을 보고,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꽤나 오래 되었나 보다. 찾아가는 길을 확인하려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등산 좋아하는 이들이 남긴 산행기 속에 간간히 언급은 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안내한 글은 찾기 어렵다. 또 고려 말 공민왕 때 홍건적을 피해서 어쩌구 하는 식의 '믿거나 말거나' 전설을 함께 소개한 것도 더러 된다. 죽령에서 안동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공민왕의 피난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더러 전해오지만, 그 중에서도 믿을 만한 내용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우선 축조 시기가 궁금하다. 조령 관문성들이 임진왜란 이후에나 축성된 것인데 비하면, 이 작성(鵲城)은 『동국여지승람』경상도 예천현조에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