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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답사기/풍경,유적

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

 

  경기도 하남시 교산동의 선법사라는 절에는 고려시대에 새겨진 명문을 가진 마애불이 있다.

 

  선법사는 태고종 소속의 작은 절이다. 2015년 10월에 갔을 때. 가을 모습.   '극락보전'이라는 현판을 단 건물이다.

 

  2021년 1월 14일. 코로나19로 어디 제대로 답사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가, 가까운 곳을 조용히 다녀오기로 하고 춘궁동 東寺址의 석탑들을 보고. 근처 막국수 집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선법사로 이동.

  춘궁동에서 거리는 2km 남짓으로 가깝다.

 

  위 건물을 보고 사진찍은 위치에서 오른쪽을 보면 아래와 같은 바위가 있다. 얼마 전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채 조금 남아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이런 모습.

  불상이 새겨진 오른쪽 바위도 석질이 좋아서 표면이 아주 깔끔하다.

  불상을 새긴 곳은 뾰족한 바위의 상단부인데. 하단부에 하얗게 보이는 것은 눈(雪)도 있고, 균열을 보완하려 했는지 석회 같은 것을 보충한 곳들이 많다. 그래서 눈이 아니더라도 좀 하얗게 보인다.

 

  더 자세히 보자. 아주 세밀하게 잘 조각된 불상이다. 바위 석질이 받쳐주기도 하고.

  연화대좌에 앉은 부처의 왼손바닥 위에는 약합(藥盒)이 있다. 그래서 이 불상은 약사불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보물로 지정된 명칭은 '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이다.

 

  불상 왼쪽편을 편평하게 잘 다듬어서 명문을 새겼다.

 

 

  오늘 날씨가 좀 풀렸다고는 하지만, 마애불에 결로가 생겨서 표면에 얼음막이 부분적으로 덮고 있고. 이 명문 첫행과 둘째 행 아랫부분도 얼음막이 덮혀 있어 사진이 깔끔하지는 못하다.

 

  오른손 잡이가 글씨를 쓰다보니 아래로 내려올수록 왼쪽으로 비뚤어지기 마련이다.

  모두 3행의 명문인데, 판독은 아래와 같다.

 

  太平二年丁丑七月廿九日古石

  佛在如賜乙重脩爲今上

  皇帝万歲願

 

  太平은 송나라 태종의 연호 태평흥국(太平興國)이다. 그 2년 정축년은 977년. 고려 경종 2년이다.

  그런데 이두로 작성된 이 문장을 대략 해석하면 이렇게 된다.

 

  "태평 2년 정축 7월 29일. 古石佛이 있으심을 지금 임금 황제의 만세를 기원하기 위해 重修하다."

 

  977년 당시에 이미 마애불은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중수(重修)하였다면,

  내 생각에는,이미 새겨진 불상에, 대좌를 덧붙여서 새긴 것이 아닌가 한다. 광배 부분을 쪼아서 더 도드라지게 했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불상 자체는 977년보다 이른 시기에 조각된 것임은 분명하다.

 

  또 하나, 이 불상의 명문이 갖는 의의는.

  고려 초기 지방 사람들이 자신의 임금을 '황제'라고 부르고 있었다는 분명한 사례라고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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